좋은 강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최신 기술을 가진 전도유망한 기업, 연봉이 높은 기업, 복리후생이 잘 갖춰진 기업 등이 있겠지만 반드시 좋은 기업으로서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임직원들이 합심해 서로 이해하고 꿈을 공유하면서 직원들 입장에선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만한 기업이 지속가능한 굿 컴퍼니가 아닐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여기 ‘좋은 기업’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엔씨디(대표 신웅철·46)가 그 주인공이다. 태양전지,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보유, 급성장하고 있는 대전 유망중소기업이 가진 목표라 하기엔 소박해 보일 수도, 뜬 구름 잡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속을 이해하면 왜 엔씨디가 ‘될 성 부른 나무’인지 알 수 있다.
#. 태양전지 분야 최고 기술력
대덕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엔씨디는 2010년 법인으로 출발해 지난 2012년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10대 기술상’을 수상한 유망중소기업이다. 특별한 기술인 만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엔씨디는 고효율 태양전지 제조 공정용 원자층 증착장비(AL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장비는 기존보다 60배 이상 생산수율이 높아지고 장비가격도 30~40% 저렴하다. 태양전지 생산 업체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태양전지뿐만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해 엔씨디의 성장 잠재력은 무한대로 평가된다.
“엔씨디는 태양전지,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R&D 및 양산장비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새로운 고집적 기술이, 태양전지는 고효율화,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우리 기술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열릴 시장에 대한 장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신 대표가 소개한 엔씨디의 존재감이다.
#. 경험이 돈이다.
엔씨디의 출발은 여느 대덕연구개발특구 소재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창업에서 비롯됐다. 앤씨디는 기술창업이 겪는 사업 초기 운영자금이나 인력 수급 애로 등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다. 신 대표는 경험에서 답을 찾았다.
2010년 법인화됐지만 시작은 2007년. 혈혈단신으로 사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신 대표는 ‘연구소 밥’을 먹었다. 대학을 졸업해 정부출연연에서 근무했고 커리어를 위해 대기업으로 옮겨 경험을 쌓았다. 당시 R&D 장비만 해도 생산업체들이 연구자가 원하는 부분을 모델화시키지 못했다. 이 틈새시장을 신 대표는 노렸다.
이 부분을 해결한 신 대표의 장비에 대해 연구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 초장기 3, 4년 동안 80~90대가 팔렸다. “연구자가 원하는 부분은 저렴하고 쓰기 쉬운 장비입니다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내가 잘 알고 있던 부분의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 성공했고 사업 초창기 기업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윈윈한다면 동업도 지름길
시골 출신인 신 대표의 꿈은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학을 정부출연연에서 근무할 당시만 해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도, 아이템도 없어 꿈을 펼칠 상황이 아니었다고 신 대표는 말한다. 출연연에서 대기업 연구소로 옮겨 내공을 쌓은 게 4년 반이다. 짧지 않은 연구소 생활 속에서 신 대표는 아이템을 찾았다. 앞서 언급한 ALD가 그에겐 신줏단지였다. 하지만 자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신 대표는 비전이 맞는 지인들과 동업을 시작해 법인자본금을 마련했고 이 선택은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 됐다.
‘형제끼리도 동업하지 말라’는 말이 무색하게 신 대표는 동업을 권했다. 물론 선결조건을 갖춘 상황에서다.
“예를들어 100을 들여 성공하는데 10년이 걸린다고 칩시다. 그러나 둘이 힘을 합쳐 각자 50을 들여 성공까지 5년이 걸린다면 그것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물론 동업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동업에 실패하는 사례를 보면 비전이 다르거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거나, 욕심이 생기는 경우죠. 특히 욕심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이외를 케어해주는 동업이 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감안하라
엔씨디도 성공가도 만을 달린 것이 아니다. 태양전지 시장이 커져가는 시기, 세계최고의 기술을 개발했지만 유럽경제 위기와 중국의 태양전지업계 과잉투자라는 악조건이 겹치면서 관련 업계들의 투자가 줄어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 기술집약적 사업은 시장 예측이 어렵다고 신 대표는 조언한다.
“기술창업자의 경우 항상 기술만 봤던 사람들입니다. 내가 가진 기술이 최고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죠. 녹록잖은 현실에도 언젠가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하지만 시장은 내 뜻과 같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내가 신념을 갖고 있는 기술과 시장에서 쓰일 기술은 다른 얘기입니다.”
그는 그 답을 바로 귀띔했다.
“비즈니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특히 기술집약적사업의 경우 시장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항상 예측하고 회사를 운영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상황 설계를 가장 최악에서 시작합니다. 만약 세계 경기 침체로 수주가 제로라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면서 회사를 운영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일리 있는 조언으로 들린다.
#. 목표는 좋은 기업
태양전지 시장 회복세가 더디면서 신 대표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기획했다. 바로 디스플레이 분야다. 이를 통해 더 큰 성장을 노리고 있는 신 대표. 하지만 신 대표의 목표는 기업 성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목표 몇 년 후 매출 얼마’라고 말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엉뚱하지만‘좋은 기업’이 신 대표의 목표다.
“목표는 많은 청년들이 들어오고 싶어서 매일 1000통이 넘는 입사원서가 오는 그런 기업을 만드는 거예요. 그런 기업 굉장한 기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게 엔씨디는 인생 그 자체입니다.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인생인 회사’, ‘우리 가족 모두가 자부심을 갖는 그런 회사’,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죠.”
좋은 기업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믿는 신 대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각자의 인생으로 개척하는 기업. 신 대표가 가진 목표는 엔씨디 성장의 보증수표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사진 전우용 기자
㈜엔씨디(
www.ncdtech.co.kr)
엔씨디(대표 신웅철)는 ALD/CVD 공정 분야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장비개발 및 제작전문 기업이다. 태양전지,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나노응용기술 적용을 위한 차별화된 기술과 성능을 갖춘 R&D 및 양산장비를 개발하고 있고 특히 높은 양산성과 대면적 적용을 위한 차세대 공정을 주도하고 있다. 엔씨디의 ALD증착 기술은 원자층 단위로 박막을 형성하는 기술로 대내외적으로 그 기술이 인정돼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 주관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됐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이달의 산업기술상’ 시상에서 신기술부문 우수상을, 지난 1월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받아 ALD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